저희 '크보플'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환경 문제와 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야구를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야구 문화 역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덕업일치 프로젝트의 취지는 크보플의 활동 방향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공감과 참여를 통해 실제 캠페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크보플의 고민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크보플이 그동안 이어온 문제의식을 덕업일치 프로젝트를 통해 더 구체적인 캠페인으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크보플'은 야구장 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야구팬들이 모여 만든 환경 단체입니다.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 팬과 구단, KBO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지속가능한 야구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kbofans4planet
왜 유니폼 수리권이었을까?
저희가 주목한 것은 야구팬의 옷장 속에 남아 있는 유니폼이었습니다.야구팬에게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닙니다. 내가 어느 팀을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고,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과 직관의 기억이 담긴 물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니폼은 쉽게 방치되는 옷이기도 합니다. 마킹한 선수가 이적하거나 논란이 생기면 다시 입기 조심스러워지고, 팀명이나 디자인이 바뀌면서 아직 멀쩡한 유니폼도 어느 순간 옷장 속에 남게 됩니다.
이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야구팬들과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유니폼을 사는지, 더 이상 입지 않는 유니폼이 있는지, 유니폼을 오래 입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마킹을 지우고 싶어도 소재나 방식 때문에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 선수 이름을 떼었다 붙일 수 있다면 유니폼을 더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희는 유니폼 문제가 팬의 애정이 계속 새로운 구매로만 이어지게 만들고, 이미 가진 유니폼을 고쳐 입거나 바꿔 입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크보플은 ‘유니폼 수리권’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이미 구매한 유니폼을 옷장 속에 방치하지 않고, 수선하거나 마킹을 바꾸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고쳐 계속 입을 수 있는 권리. 유니폼을 오래 관리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응원 도구로 바라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직접 고쳐보는 경험을 만들기까지
입지 않는 유니폼도 고쳐서 다시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면, 팬들이 직접 자기 유니폼을 고쳐보고 다시 입는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uREform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유니폼 수리권 워크숍'을 두었습니다. 처음부터 혼자 유니폼을 수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함께 모여 바느질을 배우고 각자의 이유로 옷장 속에 남아 있던 유니폼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보는 자리로 기획했습니다.
워크숍은 바느질 크리에이터 행진(@hppwjn)님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행진님은 바느질로 입지 않는 옷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는 작업을 해온 분이었고,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잘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희망스튜디오 플랫폼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워크숍에 참여하기 어려운 팬들을 위한 온라인 참여 이벤트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직접 수선했거나 다시 활용한 유니폼 사진을 인증하고, 유니폼을 오래 입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캠페인 페이지에 남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uREform은 현장에서 직접 고쳐보는 워크숍과, 더 많은 팬들이 각자의 유니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성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캠페인 론칭 전 문제의식 형성과 공감대 확산을 위한 카드뉴스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발행했죠.
실제 야구팬들과 유니폼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콘텐츠도 함께 발행했습니다.
8월 1일, 옷장 속 유니폼이 다시 모인 날
uREform 유니폼 수리권 워크숍 시작 @오렌지플래닛 역삼점
8월 1일, 야구팬들과 함께 옷장 속 유니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uREform 유니폼 수리권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7개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유니폼을 한 벌씩 가지고 모였습니다. 워크숍은 각자의 유니폼이 왜 옷장 속에만 머무르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되었습니다.
유니폼을 선뜻 다시 입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팀명이 바뀌어 옛날 옷처럼 느껴지거나, 마킹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입기 머쓱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래 입어 마킹이 떨어지고 해진 유니폼, 오랜 세월 그저 보관만 해온 유니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소중한 기억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 온 유니폼부터,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야구장에 다닐 때 입던 옷, 팀의 가을 야구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옷까지 다양한 추억과 의미가 함께 공유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참여자들은 서로의 사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오직 '야구'라는 공통된 관심사 하나만으로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고,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이어진 수리 시간에는 바느질 크리에이터 '행진'님이 준비한 조각천과 반짓고리가 활약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늘 잡기를 어색해하던 참여자들도 점차 손길이 과감해지며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적한 선수의 이름은 예쁜 조각천으로 덮고 그 위에 새로운 글자와 모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떨어진 마킹은 바느질로 튼튼하게 다시 고정했고, 조각천을 오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마킹을 직접 만든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옷 곳곳에 천을 덧대며 특별한 응원 문구와 장식을 더하는 등,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니폼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습니다.
다시 입는 응원의 첫걸음
이번 워크숍은 크보플이 앞으로 이야기해갈 '유니폼 수리권'의 뜻깊은 첫걸음이었습니다. 야구장 유니폼 문제를 한 번의 워크숍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입지 않는 유니폼도 고쳐서 다시 입을 수 있다”는 소중한 가능성을 함께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참여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느질에 집중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더 연장해야 했을만큼, 각자의 유니폼을 고치고 꾸미는 과정에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유니폼에 담긴 팬들의 애정이 '새로운 소비'가 아니라 '수선과 리폼'이라는 지속가능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구를 향한 사랑이 환경을 향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점도 돋보였습니다. 개인 텀블러를 챙겨온 참여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야구에서 시작된 관심사를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리폼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유니폼 수리권 워크숍 단체사진
사실 혼자 유니폼을 고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손을 대기까지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크숍에서는 함께 바느질을 배우고, 다른 참여자들이 각자의 유니폼을 어떻게 고치는지 보면서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야구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예시가 생겼다는 점도 의미 있었습니다. “유니폼도 고쳐서 다시 입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실제 사례가 생긴 것입니다.
응원은 새 유니폼으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옷장 속 유니폼을 다시 꺼내고, 고치고, 입고, 다시 야구장으로 가져가는 일도 응원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워크숍 현장에서 함께 땀 흘려주신 분들과 온라인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보태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적한 최애 선수 마킹 위로 오늘의 추억이 덧대어져 옷장 속 잠들어 있던 유니폼이 새로운 애정템으로 거듭나게 되었어요! 수리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선수가 떠나고 한번도 유니폼을 입지 않고 구석에 박혀있었는데 얼른 입고싶은 마음이 듭니다 🤩! 의미있고 재미있는 워크샵이었어요 ~! 크보플,희망스튜디오,행진 최고!!